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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픽은 왜 펜타곤에 No라고 했나

엔트로픽의 창립부터 펜타곤 분쟁까지, AI 안전을 둘러싼 실리콘밸리와 미 정부의 대립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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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픽은 왜 펜타곤에 No라고 했나

2026년 2월 마지막 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사이에 전례 없는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AI 기업 엔트로픽(Anthropic)에 최후통첩을 보냈고, 엔트로픽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경쟁사 오픈에이아이(OpenAI)가 펜타곤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닙니다. AI를 군사 목적으로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술 기업이 정부의 요구에 어디까지 따라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엔트로픽이라는 회사가 어떻게 탄생했고, 왜 펜타곤과 충돌하게 되었으며, 그 빈자리를 오픈에이아이가 어떻게 채웠는지 정리합니다.

OpenAI 팬타곤과 비밀 계약 | AI 브리핑 - AI코리아24

엔트로픽은 어떻게 탄생했나

엔트로픽은 2021년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와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남매가 공동 창립한 AI 안전 연구 기업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오픈에이아이(OpenAI) 출신입니다. 다리오는 오픈에이아이에서 연구 부사장을 맡았고, 다니엘라는 안전 및 정책 부문 부사장이었습니다.

이들이 오픈에이아이를 떠난 이유는 AI 개발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였습니다. 오픈에이아이가 상용화와 수익 창출에 점점 더 무게를 두는 반면, 아모데이 남매는 AI 모델의 규모가 커질수록 안전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동료 5명과 함께 오픈에이아이를 떠나 “AI의 안전 특성을 기술 최전선에서 연구한다”는 목표로 엔트로픽을 설립했습니다.

엔트로픽은 델라웨어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이는 주주의 재정적 이익과 공익 목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된 법적 구조입니다. 또한 ‘장기이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이라는 독립적 거버넌스 기구를 두어, 회사의 방향이 인류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감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클로드의 진화와 엔트로픽의 성장

엔트로픽의 대표 제품은 대규모 언어 모델 클로드(Claude) 입니다. 이름은 정보 이론의 아버지인 수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에서 따온 것입니다.

클로드의 발전 과정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2년 여름 첫 번째 클로드를 내부에서 완성했지만, 안전 테스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3월에 클로드와 경량 버전인 클로드 인스턴트(Claude Instant)를 처음 외부에 공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일반 사용자도 접근할 수 있는 클로드 2를 출시했습니다.

2024년 3월에는 클로드 3 패밀리가 등장했습니다. 오퍼스(Opus), 소네트(Sonnet), 하이쿠(Haiku)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되었으며, 당시 벤치마크에서 GPT-4와 제미나이 울트라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클로드 3.5 소네트가 나왔고, 10월에는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기능이 베타로 공개되었습니다.

2025년 5월에는 클로드 4 세대(오퍼스 4, 소네트 4)가 출시되며 코딩과 추론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8월에 오퍼스 4.1, 9월에 소네트 4.5가 뒤를 이었고, 현재 가장 강력한 모델은 2026년 초에 출시된 클로드 오퍼스 4.6입니다.

엔트로픽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입니다. 인간이 작성한 원칙들, 예를 들어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에서 도출된 규칙을 AI에게 내재화시켜, 모델이 스스로 출력을 평가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접근법은 엔트로픽이 “안전한 AI”를 표방하는 핵심 근거이기도 합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엔트로픽의 성장은 인상적입니다. 아마존이 총 80억 달러, 구글이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2025년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3,800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2025년 연매출은 약 140억 달러로 추정되며,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고객사가 500곳을 넘어섰습니다.

펜타곤과의 충돌, 그 시작과 전개

엔트로픽과 미 국방부의 관계는 원래 협력적이었습니다. 엔트로픽은 팔란티어(Palantir) 및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2024년 11월부터 미 정보기관과 국방 기관에 클로드를 공급해왔습니다. AI 업계 최초로 미 정부의 기밀 네트워크에 모델을 배치했고, 국가 안보 고객을 위한 맞춤형 모델 클로드 Gov 도 개발했습니다.

2025년 7월, 펜타곤은 엔트로픽에 최대 2억 달러 규모의 AI 군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오픈에이아이, 구글, xAI도 각각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계약 조건이었습니다. 2026년 1월, 펜타곤은 새로운 AI 전략을 발표하며 “모든 합법적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엔트로픽은 대부분의 군사적 활용을 지지했지만, 딱 두 가지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첫째는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 입니다. 엔트로픽은 합법적인 해외 정보 수집과 방첩 활동은 지지하지만, AI를 이용한 국내 대규모 감시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법 아래에서 정부가 영장 없이 미국인의 이동 기록, 웹 브라우징, 인간관계 정보를 공개 출처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AI가 이 흩어진 데이터를 자동으로 조합하면 모든 개인의 삶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엔트로픽의 우려였습니다.

둘째는 완전 자율 무기 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부분 자율 무기는 민주주의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고 표적 선정부터 교전까지 자동화하는 무기에는 현재의 AI 기술이 충분히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엔트로픽은 이러한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을 펜타곤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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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과 결렬

2026년 2월 24일,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엔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에게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2월 27일(금) 오후 5시 1분까지 제한 조항을 철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방위산업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업체로 지정하고, 한국전쟁 시대의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해 기술 사용을 강제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2월 26일, 다리오 아모데이는 엔트로픽 공식 성명을 통해 “양심상 이 요구에 응할 수 없다(we cannot in good conscience accede to their request)“고 선언했습니다. 성명에서 그는 엔트로픽이 미 국방부의 군사적 결정에 간섭한 적이 없으며, 두 가지 예외 조항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군사 임무에도 장애가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월 27일 오후, 기한이 지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실의 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모든 연방 기관에서 엔트로픽 기술의 즉각적인 사용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6개월의 전환 기간을 두되 새로운 계약은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곧이어 엔트로픽을 국가 안보 공급망 위험 업체로 지정했습니다. 이 지정은 원래 화웨이, 카스퍼스키 같은 외국 기업에 적용하던 것으로, 미국 기업에 공개적으로 적용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엔트로픽은 이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법적으로 근거가 없고, 정부와 협상하는 모든 미국 기업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CBS 뉴스 인터뷰에서 “정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애국자”라고 말했습니다.

오픈에이아이가 그 자리를 채우다

엔트로픽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불과 몇 시간 후인 2월 27일 금요일 밤, 오픈에이아이의 샘 알트먼(Sam Altman) CEO는 펜타곤과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습니다. 오픈에이아이의 AI 모델을 미 국방부의 기밀 네트워크에 배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에이아이 역시 엔트로픽과 같은 “레드라인”을 계약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알트먼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국내 대규모 감시와 인간의 통제 없는 자율 무기에 대한 금지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안전 원칙이며, 국방부도 이 원칙에 동의하고 계약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펜타곤이 엔트로픽에는 같은 조건을 거부하고 오픈에이아이에는 수용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알트먼은 “펜타곤과 협력하면서도 건전한 안전 보호 장치를 유지하며 상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알트먼 스스로도 이 계약이 “분명히 서둘러 진행된 것”이며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오픈에이아이가 이 계약을 따낸 배경에는 한 가지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 오픈에이아이는 2024년 1월, 이용약관에서 “군사 및 전쟁(military and warfare)” 목적의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를 조용히 삭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변경은 논란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오픈에이아이가 군사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같은 날 오픈에이아이는 기업 가치 7,300억 달러를 인정받는 1,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도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질문들

이번 분쟁은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여러 중요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엔트로픽의 입장은 단순합니다. 현재의 AI 기술은 완전 자율 무기를 맡기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없고, 대규모 국내 감시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펜타곤의 에밀 마이클(Emil Michael) 연구공학 차관은 연방법과 국방부 정책이 이미 이러한 용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군을 신뢰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법과 정책이 이미 금지하고 있다면, 엔트로픽의 이용약관에 같은 내용을 두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xAI(그록 개발사)는 이미 기밀 네트워크 접근을 승인받았고, 구글 역시 국방부 계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AI 안전에 대한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 정부 계약의 조건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모든 합법적 용도”에 대한 무조건적 접근이 표준이 되어야 하는가는 앞으로 법원과 의회에서 계속 다뤄질 주제입니다.

엔트로픽은 현재 2026년 내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분쟁이 투자자와 고객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다리오 아모데이는 엔트로픽이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기업 가치와 매출이 계속 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AI 기업과 정부의 관계에 새로운 선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안전한 AI”라는 가치와 “국가 안보”라는 가치가 충돌할 때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느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 윤리 질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AP News의 분쟁 종합 보도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PR의 상세 타임라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고, 엔트로픽의 공식 성명 전문은 Anthropic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이 분쟁의 전체 타임라인은 Tech Policy Press에서 실시간 업데이트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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