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66000명을 자르고 그 자리에 토큰을 채운 이유
알리바바가 직원 34%를 감축하고 CEO 직할 알리바바 토큰 허브(ATH)를 신설했습니다. 사람 수가 아닌 토큰 양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조직 실험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합니다.
66000명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가
2026년 3월 22일 (일) AI 브리핑 - AI코리아24
알리바바가 2024년 한 해 동안 전체 인력의 34%를 잘라냈습니다. 19만 4,320명이던 임직원이 12만 8,197명으로 줄었습니다. 빅테크 감원 뉴스는 요즘 흔합니다. 메타도 줄였고, 구글도 줄였고, 아마존도 줄였습니다.그런데 알리바바가 한 일은 단순한 감원이 아닙니다. 빈자리를 다시 사람으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토큰 을 넣었습니다.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본 단위를 ‘사람 수’에서 ‘토큰 양’으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조직 철학의 전환입니다. 이 글에서는 알리바바가 왜 이런 선택을 했고, 그것이 AI 산업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석합니다.
토큰이라는 새로운 생산 단위
토큰은 AI 모델이 텍스트를 처리할 때 사용하는 연산의 기본 단위입니다. 사용자가 AI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수백에서 수천 개의 토큰이 소비됩니다. AI 에이전트가 멀티스텝 작업을 수행하면 한 번에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토큰이 소비되기도 합니다.
기존 조직에서는 개발자 수, 팀 규모, 인력 배치가 사업부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몇 명이 투입되었는가”가 리소스의 척도였습니다. 알리바바는 이 기준 자체를 바꿨습니다. 이제 “이 사업부가 얼마나 많은 토큰을 생성하고, 전달하고, 적용했는가”가 성과의 척도입니다.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전력회사가 ‘발전소 직원 수’가 아니라 발전량(kWh) 을 기준으로 사업부를 재편하는 것과 같습니다. 알리바바는 AI 시대의 kWh가 토큰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알리바바 토큰 허브(ATH)의 구조
2026년 3월 16일, 알리바바는 CEO 에디 우 직할로 알리바바 토큰 허브(ATH) 라는 새로운 사업부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에디 우는 내부 공지문에서 “ATH는 하나의 조직 미션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토큰을 만들고, 토큰을 전달하고, 토큰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TH에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5개의 AI 조직이 통합되었습니다. 멀티모달 기초모델을 만드는 통이(Tongyi) 연구소, AI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MaaS 비즈니스 라인, 개인용 AI 어시스턴트를 만드는 쿼원(Qwen) 사업부, 기업용 AI 네이티브 업무 플랫폼을 담당하는 신설 오공(Wukong) 사업부, 그리고 새로운 AI 응용을 탐색하는 AI 이노베이션 사업부 가 하나의 지붕 아래 모였습니다.
핵심은 ATH의 위상입니다. ATH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전자상거래와 동급의 독립 사업부 로 격상되었습니다. AI가 더 이상 기존 사업을 돕는 보조 기능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수익 엔진이라는 선언입니다.
왜 지금 이 전환을 했는가
알리바바가 이 급진적 재편을 단행한 배경에는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첫째, 오프라인 사업의 실패 입니다. 마윈 시절 ‘신유통(New Retail)‘을 기치로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오프라인 거점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형마트 체인 선아트 리테일 그룹, 백화점 체인 인타임을 차례로 매각했습니다. 수익성 악화와 관리 비용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인력의 대규모 이탈이 66,000명 감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둘째, 실적의 급락 입니다. 2025년 4분기(알리바바 회계연도 2026년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7% 폭락했고, 매출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전체 매출은 2,848억 위안(약 414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쳤습니다. 오프라인 매각 효과를 제외하면 9% 성장이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6.5% 하락하며 시장은 실망을 표했습니다.
셋째, 클라우드와 AI의 폭발적 성장 입니다. 같은 분기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그룹의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했습니다. 외부 고객 매출 성장률은 35%에 달했고, AI 관련 제품 매출이 외부 고객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알리바바 전체가 침체하는 와중에 클라우드와 AI만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에디 우가 조직의 무게중심을 여기로 옮긴 것은 숫자가 말해주는 필연적 선택이었습니다.
오공(Wukong)이라는 실행 도구
ATH 출범과 동시에 알리바바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오공(Wukong) 을 출시했습니다. 오공은 독립 실행형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거나, 2,000만 명 이상의 기업 사용자를 확보한 협업 플랫폼 딩톡(DingTalk) 에 내장된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오공이 주목받는 이유는 구조에 있습니다. 딩톡의 수천 개 기능을 사람처럼 흉내 내는 방식이 아니라, AI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직접 호출하고 수행합니다. 딩톡의 기업 내 계정 체계, 보안 접근 권한, 내부 애플리케이션 시스템과 연동되며, CLI(Command Line Interface)와 오픈 API 레이어 기반으로 재구성된 구조 위에서 동작합니다. 향후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텐센트 위챗과도 통합될 예정이고, 알리바바의 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 핀테크 서비스 알리페이와의 연결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오공이 기업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토큰이 소비됩니다. 에이전트가 이메일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조회하고, 결재를 처리하는 모든 과정이 토큰으로 환산됩니다. ATH라는 조직 구조와 오공이라는 제품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토큰을 만드는 곳(통이, 쿼원)과 토큰을 소비하는 곳(오공, 딩톡)을 하나의 사업부 안에 묶어서,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체 사이클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토큰 수요는 이미 폭증하고 있다
이 전환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는 증거는 숫자에 있습니다.
올해 설 연휴 기간, 알리클라우드가 진행한 ‘코딩 플랜’ 이벤트에서 토큰 수요가 예상을 훨씬 초과해 할인 프로모션을 조기 종료해야 했습니다. 클라우드와 스토리지 가격을 최대 34%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격 인상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에디 우는 5년 내 클라우드 및 AI 부문 매출을 연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클라우드 외부 매출이 분기당 약 145억 달러 수준이므로, 이는 현재의 약 5배에 해당하는 목표입니다.
이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전자상거래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AI 인프라에 투입하고, 토큰 소비를 극대화하는 제품(오공)을 만들어 클라우드 매출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알리바바만의 이야기인가

알리바바의 토큰 중심 전환을 단순히 한 중국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읽으면 핵심을 놓칩니다.
지금 글로벌 AI 산업 전체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AI 시대에 조직의 생산성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개발자 100명이 한 달 동안 만든 코드의 가치와, AI 에이전트가 1억 개의 토큰을 소비해서 만든 코드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사람 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기존 체계가 AI 에이전트 시대에도 유효한 것인가.
알리바바는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먼저, 가장 급진적으로 답한 기업입니다. 답이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67% 이익 급락이라는 참혹한 실적이 보여주듯, 이 전환이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질문 자체는 모든 기업이 곧 마주해야 할 질문입니다.
이미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OpenAI는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검토하면서 “무제한 전기 요금제와 같다”고 표현했고, 중국 빅테크들은 AI 서비스 가격을 최대 4배까지 올렸습니다. Anthropic의 Claude Code 헤비 유저는 월 200달러 요금제에서 5,000달러 어치의 토큰을 소비합니다. 토큰이 곧 전기처럼 소비되는 자원이 되고 있다는 현실은, 알리바바만의 판단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방향입니다.
마무리
보통의 AI 도입은 대부분 ‘기존 업무에 AI를 얹는’ 방식입니다. 챗봇을 붙이고, 요약 기능을 넣고,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합니다. 조직 구조는 그대로 두고 도구만 바꾸는 접근입니다.
알리바바가 보여준 것은 그 반대입니다. 도구가 아니라 조직 자체를 바꿨습니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을 바꾸고, 사업부의 위계를 재편하고, 수만 명의 인력을 교체했습니다. AI를 도구로 쓰는 것과 AI를 기준으로 조직을 설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변화입니다.
물론 알리바바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67%의 이익 급감이 증명하듯, 이 전환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생산성은 무엇으로 측정되는가”라는 질문을 회피하는 것은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토큰을 소비하며 일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조직도는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요, 아니면 알리바바가 먼저 그린 것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일까요. 그 답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질문을 시작한 기업과 시작하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질 것입니다.
#알리바바 #토큰허브 #ATH #오공 #AI에이전트 #클라우드 #에디우 #딩톡 #AI조직혁신 #토큰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