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나AI 나마즈 챗봇 출시 구글 투자받은 일본 주권형AI가 중국 AI 편향에 대응하는 방법
일본 사카나AI가 구글 알파벳 투자를 받고 소비자용 챗봇 사카나챗을 출시했습니다. 중국 AI의 정치적 검열에 맞서는 일본의 전략을 분석합니다
구글이 투자한 일본 AI 유니콘, 소비자 챗봇을 내놓다
일본을 대표하는 AI 스타트업 사카나AI(Sakana AI)가 자체 개발 모델 나마즈(Namazu) 시리즈를 기반으로 일반 소비자용 챗봇 사카나챗(Sakana Chat) 을 3월 24일 공식 출시했습니다. 닛케이아시아가 같은 날 보도한 이 소식은 기업용 AI 모델에 집중하던 사카나AI가 소비자 시장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움직임입니다.
사카나AI는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도쿄 연구팀 출신의 데이비드 하(David Ha) 와 트랜스포머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 저자 일리언 존스(Llion Jones) 가 2023년 7월 도쿄에서 공동 설립한 회사입니다.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5년 11월 시리즈B에서 1억 3,5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4,000억 엔(약 3조 5,000억 원) 까지 끌어올렸습니다. 2026년 1월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이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만들지 않고 다듬는다, 그런데 구글 안에 들어갔다
사카나AI의 전략에는 두 가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대규모 언어모델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습니다(Not from scratch). OpenAI, Meta 등이 공개한 기반 모델을 가져와 일본어, 일본 문화, 일본 사회 규범에 맞게 사후 훈련(post-training)과 미세 조정(fine-tuning)하는 방식입니다. 기반 모델 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일본어 특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둘째, 2026년 1월 알파벳의 투자를 받으면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기반 기술을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협력 관계에 들어갔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보수적인 일본 기업 시장에 제미나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현지 파트너로 사카나AI를 선택했습니다. 사카나AI 입장에서는 구글의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모순이 생깁니다. 사카나AI는 주권형 AI(Sovereign AI) 를 표방합니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에 맞는 독자적 AI를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미국 빅테크인 구글의 생태계 안에 위치하고, 기반 모델도 글로벌 기업의 것을 가져다 씁니다. “주권형”이라는 단어가 기술적 독립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 현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가 애매해지는 지점입니다. 이 모순을 사카나AI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사카나AI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
사카나AI는 나마즈 모델이 “특정 국가나 조직에 대한 편향 없이 글로벌 관점에서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조정했다”고 강조합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를 해설하며 중국 AI 모델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서 당국의 공식 입장에 부합하는 답변을 내놓는 경향을 직접 지적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선언이 아닙니다. 배경이 있습니다.
중국 AI의 정치적 검열은 이미 글로벌 이슈입니다. 2025년 1월 딥시크(DeepSeek)가 화제가 되었을 때, 천안문 사건에 대해 질문하면 “그 주제는 제 현재 범위를 벗어납니다”라고 답하거나, 답변을 생성하다가 실시간으로 삭제하는 모습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대만의 지위, 위구르 인권 문제 등에서도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답변이 일관되게 나옵니다.
여기에 중일 간 외교 갈등이 겹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2026년 2월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 교과서의 역사 기술을 연일 비판하는 온라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양국 간 역사 인식 갈등이 AI 시대에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만든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카나AI의 “정치적 중립” 선언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중국 AI의 편향에 대한 일본 사회의 우려에 직접 대응하는 포지셔닝이며, 동시에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비중화권 시장에서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3의 AI”를 원하는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사카나AI의 출시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한국은 현재 정부 주도의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소버린 AI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4개 컨소시엄이 2차 평가를 앞두고 경쟁 중이며, 2026년 말 최종 2팀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독파모 프로젝트의 상세 분석은 별도 글에서 다룹니다.)
일본은 이미 소비자 접점을 확보한 상태이고, 중국 AI는 글로벌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대표 AI가 최종 확정되어 실제 서비스로 나오기까지의 시간 동안, 한국 사용자들은 미국·중국·일본이 만든 AI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2025년 3월 반크(VANK)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생성형 AI가 중국과 일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관련 정보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AI 챗봇이 수억 명의 지식 인터페이스가 된 시대에, 어떤 나라의 AI를 쓰느냐는 곧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배우느냐의 문제입니다.
사카나AI가 “중국 AI는 편향되어 있고, 우리는 중립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어떤 나라든 자국의 AI를 “중립적”이라고 주장할 때, 그 중립의 기준점은 결국 자국의 관점이 됩니다. 한국이 자체 소버린 AI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AI의 한계
사카나AI는 영리한 전략으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거대 모델을 직접 만드는 비용 부담을 피하고, 구글의 생태계와 투자를 활용하며, 중국 AI와의 차별화로 포지셔닝을 잡았습니다. 트랜스포머 공동 저자라는 창업자의 이력은 기술적 신뢰도를 더합니다.
그러나 “주권형 AI”라는 간판과 “구글 생태계 내 파트너”라는 실제 위치 사이의 긴장은 장기적으로 사카나AI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기반 모델을 남에게 의존하면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사카나AI만의 것이 아니라, 자체 프론티어 모델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 한국의 독파모 프로젝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소버린 AI의 가치는 결국 두 가지로 판단될 것입니다. 하나는 기술적 독립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국의 언어와 맥락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입니다. 사카나AI가 후자에 집중한 선택이 시장에서 통할지, 한국의 독파모가 양쪽 모두를 잡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마무리
사카나AI의 사카나챗은 기술 혁신보다 전략적 선택의 사건입니다. 만들지 않고 다듬는다는 결정, 구글과의 동맹, 중국 AI와의 차별화가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일본은 이 전략으로 소비자 시장에 먼저 나왔습니다.
한국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기반 모델부터 자체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더 느리고 더 비싸지만, 기술적 종속 없는 진정한 독립을 목표로 합니다. 두 나라의 실험이 각각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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